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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불혹, 고3 딸이 생겼다?!

[웹소설]내 나이 불혹, 나이를 먹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나이를 먹으면 그냥 흐름에 맡긴다. 될 때로 된 거야.

by 정보부족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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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어쩔 수 없잖아~ 당연한거야!"

"...응... 미안해..."

"나 어차피 몸이 안좋아서 먹는 약들 때문에 안되는거야~ 담당 선생님도 그랬어!"

"...응...미안해..."

"그래그래, 울지마~ 입원 안해도 될 정도로 간단하다고 했어~"

"...응..."

 

"바쁠텐데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늙어보이셨던가?

이제 한 달 지났던가. 윤하 아버님은 10년은 지난 듯한 모습이었다. 

맞지, 맞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주변에 친구들, 결혼하고 이제 육아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대입해보면

이렇게 물고 빨고 모든게 다 걱정되고 모든걸 다 해주고 싶은 존재가, 

당연할 수 없지만 당연하게 나보다 늦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될거라 믿고있는 존재가,

나보다 먼저 떠난다는 게 어떤 영향을 줄지 인지는 된다. 

그래서 그런가,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서 말을 아꼈다. 

 

"윤하 나이랑 같으면 이미 성인이지만 말을 편히 해도 되겠는가?"

"네, 편히 하셔도 됩니다. 전혀 그런거 없습니다."

"그래.. 그래.. 좋은 회사 다니는구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은.. 그 때 안했다고 했었고, 잘 만나는 사람은 있는가?"

 

응? 이 나이대 분들은 직장, 결혼이 제일 궁금하긴 한가보네. 

 

"아니요,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래.."

 

대부분 어른들은 여기서 멈춘다. 뭐, 더가는 미친놈들도 있지만

그런 놈들은 무시하는게 상책. 

 

"아이를.. 좋아하나?"

"네? 아, 솔직히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 주변에 친구들은 아이가 다 있고?"

"대부분 아이가 있습니다."

"몇 살정도 되는가?"

"제 주변에 제일 일찍 결혼한 친구가 지금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허, 그 친구는 일찍 결혼하긴 했구만."

"네."

"그.. 자네 대학은 어디 나왔나?"

"아, 저는 D대학을 나왔습니다."

"오, 공부를 잘했구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과외를 한 적도 있는가?"

"대학교 때는 영어와 수학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부탁을 하나만 해도 되겠는가?"

"..예, 어떤 부탁이신지."

"내 손녀가 이제 고3이네. 근데 나는 뭘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

 

아.. 그 때 장례식장에서 봤던 그 여자애인가. 윤하 딸이 맞았구나..

 

"저 그.. 저도 요즘 입시는 전혀 모르기도 하고 사위분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 하는데요."

"사위와는 관계가 좋지 않아서.. 부탁할 사람이 없네. 정신도 없고.."

 

이혼했나? 근데 왜 저한테..

 

"과외비는 충분히 주겠네."

"아닙니다. 과외비 때문이 아니라 제가 능력이 부족한 부분이고 갑작스럽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맞아.. 자네 입장에서는 놀랐겠구만. 허허.."

 

윤하 딸이라 거절하기도 어렵네.. 미안한게 많아서 그런가. 

 

"솔직히 나는 대학을 안가도 상관없네.

단지 내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네가 이야기해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해서 부탁하는걸세."

 

할아버지 말을 안듣나보구만. 입시는 가족 이야기 듣기 어렵긴 하지. 공부에 관심이 없는 친군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간 좀 내주면 안되겠는가?"

 

아.. 거절할 수 없네 이거..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과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걱정이네요.

말씀을 들어보니 뭘 준비해야될 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으신거 같은데 손녀분과 함께 한 번 정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래그래.. 그게 좋겠지. 그럼 자네는 언제가 시간이 괜찮은가?"

 

내가 말을 애매하게 했구나. 두분이 정하고 알려달라는 거였는데..

 

"저는 일요일이 좋습니다. 토요일까지는 업무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그래, 그럼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 집에서 보는 건 어떤가?"

 

이번주? 이왕 하기로 했으니 맞춰드려야지.

 

"네, 그럼 주소와 시간을 문자로 넣어주세요. 맞춰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고맙네. 자네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었다네."

"..예, 최선을 다해서 도움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네."

"네, 먼저 나가시면 제가 뒷 정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하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과외? 그것도 고3? 

내가 누군가의 인생 첫 선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흐름인가.. 흐름대로 가야지. 

이왕 하기로 한거 준비를 좀 해야겠다. 

뭔가 새로운 일이라 그런가, 두근두근하네. 

과외라.. 예전에 만들어둔 교재만 있었어도 영어 문법은 준비할 필요도 없을텐데. 

갑자기 생각하니 또 아깝네.. 

요즘은 수능 만점도 나 때랑 다를텐데. 과목 선택도 해야되고. 

아.. 하나도 모르겠다. 이럴 땐 유튜브!

 

윤하.. 남편이라.. 

어떤 남자를 데려갔길래 이런 걸 생판 남인 나한테 부탁을 하게 만드냐 너는. 

남자 보는 눈이 없긴하지. 똘똘하기만 해가지고. 나같은 사람도 남자친구 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면. 

 

근데 어쩌다가 내 차례까지 온거지? 윤하가 내 이야기를 아버님한테 했었나?

아니.. 19년? 이제 20년이 되가는데. 

흠.. 알 수가 없네.. 어차피 하기로 한거. 

윤하한테는.. 미안한 것도 고마운 것도 있으니 최선을 다해봐야지.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욕 좀 먹으면 되니깐. 

 

어떤 친구려나, 윤하 딸. 

윤하를 닮았다면 과외 같은건 안한다고 난리 날텐데. 

아버님 말씀하신거 보면 꽤 생각해보고 오신거 같으니깐. 

궁금하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똑똑한 친구의 딸. 

똑똑했으면 좋겠다. 윤하 몫까지 실컷 누릴 수 있게. 

 

아.. 공부.. 해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