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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불혹, 고3 딸이 생겼다?!

[웹소설]내 나이 불혹, 일상에 떨어진 한 방울의 일상.

by 정보부족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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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

"글쎄, 그래도 대학 까지는 가지 않을까?"

"대학? 꼭 가야되나..?"

"아깝지~ 너는 나보다 머리도 좋고 내신도 좋고 점수도 높은데!"

"대학에 왜 가야되는걸까?"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서?"

"그럼 대학 안가고 좋은 직장 가면 되겠네~"

"그게 베스트일지도. 역시 능력자."

 

 

내 나이 불혹. 

뭔가 승진에 대한 강한 열망이나 목적이 없어선지 몰라도

직장이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다. 

내가 적정한 연봉의 직장을 고르고 최대한 오래 다닌 이유도 있겠지. 

 

직장생활은 단순하다. 

연봉을 받은 만큼 업무를 하게 되어 있고

연봉의 상승분보다 당연히 업무의 상승분이 훨씬 큰 각도로 오르게 되어있다. 

 

직장생활을 잘하고 싶다면

이것만 하면 된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 누구보다 늦게 퇴근. 

이렇게 처음에 이미지만 만들어 놓으면

쓸데없는 회식자리에 참석 안한다고 거절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친구의 장례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연차나 뭐 이런건 없었고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동창들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번 주 월요일과 같은 이번주 월요일을 시작했다. 

 

아, 명함. 

나는 윤하 아버님께 명함을 드린게 떠올라서 

다시 지갑에 내 명함 하나를 넣었다. 

 

'몇 장 더 넣어둘까..? 아니다, 또 누가 달라고 하진 않겠지..'

 

그리고 바라본 내 모니터. 

익숙한 바탕화면에 익숙한 사내 메신져. 

익숙한 파일들과 열려 있는 메일함, 그리고 문서 파일 3개. 

 

윤하는 무슨 일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대학도 갔는지 안갔는지 모른다. 

대학을 안가는 방향으로 생각했던거 같은데. 

 

딴 생각을 하고 있지만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주변에 알릴 필요는 없기 때문에

단순 작업을 해야되는 파일 하나를 꺼내 키보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도 대학을 안간다고 했었지. 

왜 건방지게 한국에 대학교는 딱 3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공부도 못하는게. 

점수는 운이 좋게 찍은 문제들의 정답률이 높아

평소보다 엄청 잘 나왔는데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들었던 걸까. 

 

뭐가 잘났다고 부모님께 대학 안가고 요리 학교를 가고 싶다고 했을까?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요리 학교를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갔으면

지금보다는 성공했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갑자기 불었던 쉐프 트렌드에 끼어 들었을텐데 말이야. 

역시 나는 내 생각대로 해야돼. 내가 다 맞아 아주. 

 

왠지 윤하는 투자도 잘하지 않았을까?

몇 번의 성공 기회를 잘 잡았을거 같은데. 

아마 암호화폐쪽은 아닐거 같고

부동산하고 주식은 꽤 수익률이 높았을거 같은데 말이야. 

워낙 똑똑했어야 말이지. 

나는 이번에 급락할 줄 모르고 미리 샀다가 또 억지 장기투자 중인데. 

보지 말아야지. 정해둔 투자금은 다 들어가 있으니, 이제 기도 메타다. 

 

"팀장님, 커피 한 잔 하십니까?"

"아니, 마시고들 오세요. 여기 내 카드로 한 잔씩들"

"오! 감사합니다!!"

"저도 할 일이 좀 남아서. 다음에 마시겠습니다."

"쉬엄쉬엄해~ 채린씨. 팀장님 처럼 살면 안돼~"

 

갑작스럽게 들어온 말이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딴 생각을 한 걸 들키지 않도록 행동한 내 자신에게 박수. 

 

그리고 저 친구는 또 안가네. 불편한가보다. 

나도 저런 편이긴 하지. 굳이 마시고 싶지 않은 커피를 마시면서까지

동기들이나 상사, 후임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써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윤하였으면..

아마 말도 못걸고 그냥 마시러 갔을꺼야~

집중했을 때 그 눈빛은 이기기 힘들지. 

남편분하고 다투.. 아니지, 남편분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무조건 졌을꺼야. 

나도 쉽지 않았었고, 지금도 자신이.. 없네?

 

우웅.

 

'응? 지금 시간에 핸드폰으로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부자연스럽게 마우스 옆에 놓아뒀던 핸드폰의 화면을 살짝 터치해서

누가 보냈나 확인했다. 

 

발신자 "고등학교 동창 연희진"

지금 확인하면 바로 답장을 해야겠지?

이따가 봐야겠다. 

 

윤하가 희진이랑은 희안하게 안맞았었네. 

둘다 똑부러지는데 뭔가 결이 달랐던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희진이는 사람을 몰고 다니고

윤하는 혼자 다니는 편인 것만 봐도 완전 달랐네, 둘이. 

 

우웅.

 

응? 또? 

 

발신자 "고등학교 동창 연희진"

 

뭔일이지? 

 

나는 2번의 울림에 항복하며 메세지 창을 열었다. 

내가 읽었다는 표시로 숫자가 지워졌다. 

 

-너 회사가 종로쪽이라고 했었나?

-오후에 그 쪽 갈 일 있는데 시간 어때?

 

깔끔하다 깔끔해. 

얘도 여전하구나.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이성 친구들이 많진 않지만

이렇게 딱 명확하게 메세지 보낸 사람은 없었던 거 같다. 

 

오후라.. 

오늘 일정이 없긴 한데 귀찮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이렇게 먼저 연락해주는 친구가 고마워진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니라서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불러주는 사람이 적어지는게 보이고

이렇게 먼저 연락한다는게 얼마나 큰 에너지 소비인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응, 맞아. 몇시쯤 시간 되는건데? 

-한 3시? 

-그래, 그럼 3시에 종로역 앞 A 카페에서 보자. 중간에 일정 생기면 알려주고. 

-알겠어. 카페에서 봐. 

 

자연스럽게 카페라는 장소를 선택하고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게 갑자기 신선하게 느껴졌다. 

 

윤하랑은 카페를 갈 일도 거의 없었지만

뭔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 

그 때는 카페가 진짜 드물기도 했고. 

알지도 못하고 블루마운틴만 시켰네. 그 카페는 아직도 하나. 망했겠지. 

 

 

"오, 일찍와있네?"

"아니, 방금왔어."

"마실 건?"

"아직, 뭐 마실래?"

"내가 살게. 여기까지 와줬는데. 뭐 마실래?"

"그럼 난 바닐라 라떼 아이스."

"그래, 잠깐만."

 

뭔가 타이밍이 애매해서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

이미 와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 연희진. 

팀장이라는 자리에 있다보니 근무 시간 중 외출이 어려운 건 아닌데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그다지 자주 하진 않는다. 

어디 가는지 묻는 사람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지만

뭔가 외출할 때는 내가 느끼기에 괜히 어색하게 일어나서 어색하게 걸어나오는 것 같다. 

일 있으면 연락하겠지, 라고 매번 다짐처럼 하는 생각을 하며

바닐라 라떼 아이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너 일하는 곳이 어디였지?"

"나? 본사는 삼성역쪽에 있지. 명함 하나 줄까?"

"그래그래, 꽤 멀리 왔네. 고생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종로에는 자주 와. 여기 우리 회사 교육장이 있거든"

"아, 3월이구나. 교육 담당?"

"부서에 갈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고. 너는 명함 없어?"

"응, 안가지고 다니거든. 쓸 일이 없어서. 역시 좋은 회사 다니네~"

"역시는 뭐야."

"어, 커피 나왔다."

 

커피를 놓은 쟁반을 받은 뒤, 정리 테이블에서 냅킨을 더 꺼내서 쟁반에 올린 뒤 테이블로 가져왔다. 

냅킨을 깔고 바닐라 라떼를 희진이 쪽에. 

내 쪽에도 냅킨을 깔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잔을 놨다. 

 

"섬세하네~"

"뭐가?"

"아니야. 어떻게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너는?" 

"그럭저럭 지내다보니 이 나이네."

 

뭔가 이 나이가 되면 상대방에게 직접 결혼은 했느니 아이는 있느니 하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 프라이빗은 그저 두는 게 서로에게 현명하달까.

아마 희진이는 내가 결혼을 못한 걸 알고 있을거다. 

이미 주변에 슬쩍 떠봤거나 누군가 이미 떠들었겠지. 

 

"나이는 어쩔 수 없지. 나이보다 체력이 문제야. 뭘 해도 피곤하니."

"그것도 맞네. MZ 후임도 어렵고."

"그래, 그 이야기도 많더라."

"연애는 안해?"

"연애? 안하지. 아니, 못하지."

"못한다고?"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이 회사 다니면서 결혼 할 수 있겠어?"

"그래도 너희 회사 정도면 충분하지~ 어차피 둘 다 돈 벌텐데."

"그럴 수 있지."

"동창들 중에 누구 만나는 사람들은 없어?"

"나는 없지. 가끔 진태 정도? 있어도 결혼한 친구들은 불러내기 그렇더라고.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너는?"

"확실히 결혼한 친구들은 보기 어렵더라. 약속 잡기도 힘들고. 이제 가야겠다. 자주 보자~ 싱글끼리."

 

아, 희진이도 결혼을 안한건가? 신기하네.. 했어도 벌써 하고 아이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그래, 종로까지 와서 연락줘서 고맙다. 연락할게~ 또 보자고."

"응, 커피 잘마셨어~"

 

그렇게 희진이와 헤어지고 사무실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했다. 

 

같은 듯 다른 월요일이, 내 일상이 

그렇게 지나갔다.